이 이야기는 우아한 테크코스에 들어와 마음속의 유연성을 길러나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평소 학습에 있어서 조급한 마음이 아주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 본인이 모르는 것에 대해 알고 있으면 당장 본인도 알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었다.
남들이 성장하는 만큼 본인도 성장하지 못하면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IT 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러한 조급함이 자라왔던 것 같다.
특히 이러한 증상(?)은 ‘독서’에 있어서 가장 심했던 것 같다.
본인은 실행력이 강한 성격이다.
그 때문에 책 읽기보단 먼저 실행해 보고 그 과정에서 배움을 얻어왔던지라 개발 서적을 많이 읽지 않았다.
이러한 학습 방식을 오랫동안 고수해 왔지만, 1년쯤 전부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개인 학습 환경에서 동아리, 부트캠프 등의 외부 환경으로 나와보니 이미 알만한 개발 서적들은 다 읽어본 동료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많은 책을 읽은 이들과 나눈 수차례의 대화는 "실행과 독서를 함께 진행해야 직관적이고 깊은 지식을 가질 수 있다." 라는 생각이 자라나게 했다.
이 시기부터 “OO책을 읽었는데 OO에 좋더라.” 라는 등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아... 나도 저 책을 읽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이 책 저 책 모두 손을 대며 학습하려 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 방식에 의해 번아웃을 경험한 후로, 마인드의 변화를 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IT 지식은 굉장히 방대한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사람들이 파고드는 부분도 가지각색으로 다양한데
필자는 그 모든 영역을 습득하려고 했기 때문에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다.
공부해야 할 것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니 좋아하던 개발에 벽이 느껴지고 열정이 식기 시작했다.
열정이 식고 있는 도중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다른 이들을 보며 나 자신을 탓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일주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나니 번아웃의 여파는 사라졌지만
마인드 변화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그러한 상태로 우아한테크코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소프트 스킬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그중 유연성 강화 훈련을 만나고 뻣뻣했던 마인드에 유연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연성 강화 훈련은 ‘고통스럽다고 느끼던 특정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킬’ 훈련이다.
쉽게 말해, 유연해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목표를 정하고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훈련이었으며
본인의 유연성 강화 목표는 자연스레 ‘페이스 조절’이 되었다.
이 유연성 강화 훈련과 함께하며 두 달 가량의 시간만으로 페이스 조절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페이스 조절에 대한 감을 익히게 해준 가장 큰 기여자는 솔라가 아닐까 싶다.
레벨1 초반, 담당 코치인 솔라와 커피챗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솔라는 자신의 지식에 대한 메타인지가 튼튼히 잡혀 필요한 부분만 학습하고 당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은 빠르게 쳐내는 등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학습 태도가 잡혀있는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낀 필자는 얼마 후 솔라와의 면담 요청을 통해 학습 페이스 조절에 대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피드백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 지금 나에게 필요한 내용인지 책의 목차 먼저 확인하기
- 책의 목차를 통해 나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내용이 맞는지 1차적으로 검토하기
- 흥미 체크를 위해 짧은 시간 단위로 학습 시도해보기
- 흥미가 안 느껴진다는 것은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레벨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 15분 단위가 적당!
- 공감 또는 이해가 가지 않는 학습 포인트는 스킵하기
- 대신 미래의 내가 “그때 왜 그건 건너뛰었지?”라는 생각이 들 때, 납득할 수 있도록 이유 기록해 두기
-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필요하지 않을 때 의미 없는 공부 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난다면 그때의 나를 중재해 줄 수 있도록 확실한 근거 적기
- 당장 필요하고, 공감이 가는 부분만을 학습하기
- 기술 서적은 레퍼런스 북 형태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현재 상황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학습할 필요는 없다.
- 필요한 것만 그때그때!
이날 솔라가 준 피드백이 나에게 너무나도 와닿았기에, 이 감정이 생생할 때 곧바로 적용하여 습관화해 나가고 싶었다.
당시에 객체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자 ‘객체 지향의 사실과 오해’를 읽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공감이 가던 책이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져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이 읽었으니 나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붙잡고 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 피드백을 적용하여 나머지 부분들은 이유를 기록 후 건너뛰고, 가장 흥미가 있던 부분만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에서 다룬 내용을 실제 코드 예시를 통해 설명하는 7장은 진심으로 궁금했고 읽고 싶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실제로 궁금한 내용에 대한 학습을 하자, 흥미가 살아나 학습에 대한 몰입도가 월등히 높아졌고 지식이 채워지는 느낌이 생생하게 들었다.
덕분에 재미없게 느껴졌던 페이지들도 "왜 저렇게 코드를 작성했을까?" 라는 흥미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었다.
피드백 적용 후, 솔라와의 대화를 통해 실행력에 대한 칭찬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현업 개발자분들의 의견도 얻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유연성 강화훈련을 함께하는 팀원들에게 받은 피드백을 살펴보며,
다른 이에게 휘둘리지 않는 학습 방식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어나가고 있다.
이전에는 '남들도 했기 때문에' 학습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그런 이유로 학습을 시작하지 않는다.
남들이 무엇을 학습했든지 간에 나에게 필요한 것만 쏙쏙 골라 듣고 학습하고 있으며,
이러한 학습 습관이 자리 잡아가면서 '나의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에 테코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펙티브 자바'를 읽으며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이펙티브 자바는 과거에는 남들도 다 읽기 때문에 나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읽던 책이다.
물론 필요에 의해 읽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그 이후에는 흥미를 잃고 책장에 짱박아놓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읽게 되니 핵심 지식을 충족시켜 주는 소중한 책으로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페이스를 조절하고 필요한 지식만을 차근차근 쌓아감으로써 더 넓은 시야가 트이게 되어, 테코톡을 준비하는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다.
우테코의 STEP1은 나에 대해, 그리고 학습 방식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가게 해주었다.
마인드 변화를 위한 고찰과 실험, 그리고 이를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우아한테크코스라는 샌드박스를 통해
레벨1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도 과거의 본인과 비슷한 학습 방식을 가졌다면,
우선 지금 공부하려고 하는 것이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부터 생각해 보길 바란다.